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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인터뷰] 커뮤니티 랩, 임정민

[포커스 인터뷰] 커뮤니티 랩, 임정민

'커뮤니티 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보니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이 떠올랐어요.
녹색 반상회를 열고싶다는 제안에 흔쾌히 손을 들어준, '동네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하면 에너지가 생기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먼저, 연희동 공간이 생긴 이후부터 쭉 함께 하고있는, 손님으로 시작했지만 어느덧 보틀팩토리의 많은 부분을 함께하고 있는 정민씨를 소개합니다.
2020.10.11. 일요일 10:40 p.m.(한국시간) zoom / 인터뷰 진행 : 김연임
[생각하고, 배우고, 행동하는 삶의 일치, 제로웨이스트]
Q. 시차적응은 좀 하셨어요? 바쁘신데 번거롭게 부탁드린 것 아닌가 좀 걱정 되었어요.
A. 전혀요. 너무 좋아요! 그렇지 않아도 방금 제로웨이스트나 환경에 관심 있는 학교 친구들과 만나서, 관심 분야도 나누고, 함께 해 볼 수 있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왔더니 아주 기분이 좋고 힘이 솟아나고 있어요!
Q. 하하 반가운 소식이네요. 자, 그럼 처음 뵙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A. 저는 임정민이고요, 한국에서는 가구회사에서 상품기획 일을 했습니다. 낮에는 엠디(MD), 저녁에는 뜻이 맞는 친구들이랑 쓰레기를 줄이면서 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제로웨이스트 활성화 하고 싶어서 이런 저런 활동을 했고요, 지금은 프랑스에 인시아드(INSIAD)라는 학교의 경영학석사과정(MBA. 이하 엠비에이)에 와 있습니다. 이제 일주일 되었네요. (웃음)
원래는 신문방송 커뮤니케이션 학부의 신문방송 전공이었는데, 피알(PR)분야에 관심있어서 주로 공부했어요. 중간에서 조직과 개인,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재미있게 피알을 공부하다가, 졸업할 때는 손에 쥐어지는 것을 만들어 보고 싶은 거예요. 마침, 가구회사에서 기회가 되어 엠디로 일을 하게 되었어요. 엠디는 중간에서 디자이너, 공장, 영업, 마케팅 등을 조율하면서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일이었어요.
Q. 아 그랬군요. 그렇다면 환경과 관련된 활동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그 맨 처음 기억이 혹시 나실까요?
A. 초등학교 3학년 때였어요. 학교에 급식을 먹으려 줄을 서면 그 옆에 설치함이 있었는데, 1970년도에 버린 물병, 1990년도에 버린 짱구 과자 봉지, 실제 쓰레기를 모아서 이것이 썩는데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보여주는 것이었어요. 이것이 정말 강렬하게 뇌리에 남았어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 중국에서 5년 간 국제학교에서 다녔던 적이 있었는데 티벳에 갈 기회가 있었어요. 티벳에 물이 부족한 마을이 있는데, 기후온난화 때문에 땅이 말라서 물이 없어졌는데 소수민족이니까 지원을 안 해 주는 거예요. 그래서 그 여파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데, 그 중에서도 여자들이 그 어려움을 더 많이 짊어지고 있었어요. 여자 아이들은 멀리 물을 길으러 가고 이런 저런 일을 하느라 교육을 못 받더라고요. 환경 문제가 다른 부분과 연결된 지점을 보게 되었어요.
그리고는 또 시간이 지났죠. 가구 회사에 온 다음에, 회사가 이사를 간다고 짐을 대폭 정리할 때가 있었어요. 유리부터, 나무, 메모리폼, 플라스틱...... 이걸 다 정리하고 버려야 했지요. 제가 당시 청소하는 아주머니랑 꽤 친했어요. 종종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분이었는데, 그 분이 이 모든 쓰레기를 치우고 계셨어요. 보통은 제가 버린 쓰레기를 누가 어떻게 치우는지, 어디로 가는지 잘 모르잖아요. 그런데 그 순간에는 그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이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아니라, 그 친하게 지내는 아주머니라는 것이 속이 편치 않은 거예요. 그래서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때 어울렸던 친구들이 같이 느꼈죠.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걸 해 보자. 하다가 2017년 초에 제로웨이스트라를 용어를 알게 되었어요. 2018년도에 보틀팩토리 만나면서 스케일이 커진 거죠. (웃음)
Q. 그래서 회사에서는 어떤 활동을 시작하게 되셨어요?
A.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2017년 초, 나 혼자라도 해 보자 싶어서 일회용 컵을 쓰지 않아 보기로 했어요. 왜 회사 다니면 아침, 점심, 혹은 저녁 식사 후, 하루에 적어도 두 번은 커피나 음료를 마시게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하루에 두 번 만이라도 플라스틱 컵 안쓰기를 해보기로 했어요. 처음에는 저 혼자 텀블러를 사용했는데, 한 명, 한 명, 조용히 텀블러를 사용하더니 어느 새 우리 팀원 6명이 모두 텀블러를 사용하게 되었어요.
아주 기뻤죠. 물론, 이 과정은 당장 벌어진 일은 아니었고 시간이 꽤 걸리는 일이었어요.
그러다 회사 내 업무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어요. 이면지를 줄이는 것도 그 시작이었고요. 포장을 줄이자고 건의하기도 했죠. 하지만 쉽지 않았어요. 가구 회사에서 배송 시 파손되지 않고 안전하게 전달되는 것은 매우 중요했으니까요. 회사에서 제가 하는 업무가 매트리스 담당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길을 걷다가 보니, 매트리스가 버려진 것이 많은 거예요. 스프링은 멀쩡한데, 토퍼 부분이 상해 많이 버리고, 전기장판도 많이 버려지고요. 마음이 무거웠어요. 새로운 상품을 출시할 기회가 되었는데, 매트리스에서 스프링 부분이 상하지 않았으면 두고, 패드와 토퍼 부분이 눌리거나 꺼지는 부분만 바꾸면 새것처럼 다시 쓸 수 있는 모듈을 상품에 적용해 보기도 했습니다. 매우 뿌듯했어요.
Q. 보틀팩토리와 어떻게 만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처음에는 혼자 이렇게 활동하다가, 이렇게 저렇게 찾아보게 되었어요. 인스타그램을 보니 외국에는 제로웨이스트라는 용어가 많이 쓰이더라고요. 알고 싶으니까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를 제로웨이스트로 걸어 두었는데, 보틀팩토리가 딱, 뜬거죠. 사실 그때 오픈도 하지 않았는데요. (웃음) 마침 그때가 2018년 회사가 상암동으로 이사 와서, 연희동이 가깝더라고요. 너무 신나서 찾아갔어요. 그런데 가 보니, 보틀팩토리는 저랑 코드가 딱 맞는 거예요! 첫날 가서 다운님이랑 이야기 했는데, 너무 신난거죠. 그 전에는 혼자 유난 떠나 싶기도 하고, 이런 이야기를 할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다운씨랑은 처음 만나서 한참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처음 만났던 그때를 잊을 수가 없어요.
Q. 그런데 이후로 쭉 함께 하셨어요. 비법이 있나요? (웃음)
A. 너무 반갑고 좋았어요. 저는 한 번 꽂히면 엄청 집중해서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 이후로, 모든 약속을 거기서 잡았죠. (웃음) 회사 미팅장소도 거기로 잡고요. 친구랑도 다 거기서 만났어요. 사실, 자연스럽지 않으면 거리를 엄청 두게 되거든요. 쓰레기랑 보틀팩토리랑 하는 활동들은 자연스러웠고, 내가 원했으니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학교를 오게 된 것도 원래는 잘 질리고 하다가 말고 하는 성격인데, 이런 라이프스타일이나 활동은 억지로 하지 않아도 유지되는 게 신기했어요. 그렇다면 앞으로는 커리어로든 개인적으로든 이런 노력을 해 보고 싶다는, 또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가구 회사의 일도 좋았지만, 제로웨이스트가 상품을 만들어 내는 일과는 거리가 있으니까 업무로 풀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다 이 엠비에이(MBA)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 거예요.
Q. 그런데 보틀팩토리와 꽤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셨지요.
A. 혼자 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까요. 같이 해서 임팩트 있게 하면 좋겠다 했어요. 보틀팩토리가 플랫폼의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요. 거기서 벌어지는 활동들이 재밌을 거 같아서 하고 싶어서 하다 보니까, 유어보틀위크, 채우장, 커뮤니티랩 모임 들을 할 때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어요.
Q. 최근 함께 하셨던 작업이 커뮤니티랩이었지요.
A. 네. 제가 유학을 위해 휴직을 하고 있을 때라, 평소보다 시간이 많을 때였고, 갔다 와서 그런 쪽으로 일하고 싶은데, 마침 커뮤니티 랩을 하게 되어서 참가하게 되었어요. 마침 그때 다운님이랑 ‘쓰레기여행을 같이 했고요. 쓰레기가 버려지고 어디로 가서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추적하는 활동이었어요. 쓰레기여행 주제가 음식물 쓰레기였는데, 커뮤니티랩의 주제 중 하나가 음식쓰레기 퇴비화여서 그 꼭지에 맞춰서 전문가와 함께 방법을 찾고 실험하는 작업을 했어요.
아, 여기 신기한 게,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그때 커뮤니티랩에서 실험 했던 것 같은 콤포스트 장이 아예 설치되어 있어요. 이곳은 이미 이런 문화가 정착된 것 같아요. 자, 제가 이쪽을 보여드릴게요. 여기는 4-5층 아파트인데 공간의 한 구석에 콤포스트 장이 있어요. 음식을 쓰레기 콤포스트 공간이거든요. 이렇게 발효 분해한 결과물은 허브 가든에 줘요. 이곳은 확실히 플라스틱 문제가 한국에 비해 조금 덜 한 거 같아요. 장 볼 때도 비닐봉지가 기본으로 제공되지 않아요. 종이봉투에 넣어서 사고, 시장 갈 때 모두 자기만의 장바구니가 있어요. 자연스럽게 장바구니를 챙겨가서 구매한 것들을 넣어 와요.
Q. 와 멋지네요! 집단 거주 공간 안에 음식물쓰레기 퇴비화하는 공간이 있다는 것도 독특하고 부러워요. 정원이 있으니, 바로 재순환 되는 것도요. 그럼, 커뮤니티랩 이야기를 조금 더 듣고 싶은데요, 거기에선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A. 일단 제가 했던 커뮤니티 랩은 처음에는 전체 워크숍을 했었어요. 어떤 취지로 이것을 하는 것인지 관심 분야를 듣고요. 혼자서 연구를 많이 해 보신 분도 있었고, 음식물 쓰레기에 관심 많은 식당을 운영하는 분도 있었고요. 우리가 무엇을 해 보고 싶은가 이야기 했어요.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퇴비화 실험,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해 보자 했어요. 한 번 함께 해 보면, 스케일을 더 키워서 해 볼 수 있는 일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한 거죠. 음식물 쓰레기 중에서도, 야채나 과일 껍질과 같은 양념이 묻지 않은 생 쓰레기를 구분했어요. 생 쓰레기는 양질의 퇴비를 만들 수 있다고 해요. 이렇게 저렇게 실험하면서 유광모 선생님을 만나서 인터뷰를 했어요. 우리가 궁금했던 것들을 중심으로 여쭤봤죠. 어떻게 하는지, 스티로폼 박스나 컨테이너를 사용해서 각기 다른 조건으로 집에서 하면 어떤 방식으로 하면 좋을지, 톱밥, 커피, 흙, 넣은 베이스에 그때 여름이니까 가장 많이 나왔던 수박을 썰어서 미생물을 넣고 퇴비화 시켜보는 프로젝트를 했어요. 또, 유광모 선생님 따라서 현장을 답사 해 보고 정리하는 작업도 했고요
Q. 그 이후 더 진행된 것들이 있나요?
A. 네. 그 과정을 거치고 공유하면서 채우장에서 생 쓰레기 퇴비화 키트를 가지고 워크숍 해 보면 어떨까 했어요. 지금 연임님이 함께 진행하고 계신 그 키트 테스팅이요. 그리고 도돌이클럽이 결성되었죠. (웃음) 도돌이클럽은, 보틀클럽을 따라 이름을 붙이게 되었어요. 자원이 재순환, 재분배되는 모습을 도돌이표에 대입해서요. 아이스팩이라든지, 봉투, 종이상자는 도돌이표가 될 수 있는 애들이니까. 그런 상점과 사업자를 찾고 매치시켜주는 것을 하자고 했지요. 도돌이 상점에게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을 고민해 보기도 하고요, 제로웨이스트 카페 지도처럼 도돌이상점을 큐레이션 해 주면, 가게에서 홍보가 되고요. 그럼 좋을 것 같아요. 여기 와서 전처럼 활발하게 작업은 못하지만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생각해 보고 있어요.
Q. 와. 이름이 정말 귀여워요. 도돌이클럽. (웃음) 앞으로 활동이 기대됩니다.
이야기를 살짝 앞으로 돌려서, 조금 더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음식물쓰레기 재활용팀 활동 하시면서 무엇을 느끼고, 또 생각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A. 일단, 음식물 퇴비화 하면서는 우리가 얼마나 음식물 쓰레기를 많이 생산해 내고 있는지를 가까이 본거잖아요. 자기거만 있을 때는 몰랐는데 모여 있는 것을 보니 정말 몰랐구나 싶었어요. 쓰레기를 생각할 때, 점이 아니고 선으로 봐야한다고 생각해요. 그 점을 좀 더 앞쪽으로 이어가면, 이 쓰레기가 어떻게 나오는 건지 알게 되고, 뒤로 잇는다면 실제로 나에게 어떻게 돌아오는지까지 선을 이어볼 수 있더라고요. 우리는 그럴 기회가 없었는데, 이 활동을 하면서는 선으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 뒤로. 그게 좋았고, 혼자 할 때보다는 커뮤니티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서 좋았고, 더 활성화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나누어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되,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축을 같이 가지고 가야 한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가장 좋았던 것은, 관심사와 결이 같은 사람들과 주기적으로 만나서 같이 프로젝트를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렇게 하면서 얻는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풀에 가서도 자연스럽게 힘을 얻고 할 수 있었어요. 혼자가 아니야. 뒤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든든한 친구가 있다고 생각하니 혼자서도 더욱 당당하게 실천 할 수 있었고요.
Q. 이 활동이 본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친것 같으세요?
A. 제로웨이스트로 이야기 하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은데, 저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기 전과 후과 완전히 달라졌다고,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존엄성. 스스로가 느끼는 존엄성이 많이 올라갔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맞다고 생각하고, 배우고, 행동하는 삶이 일치할 때 존엄성이 올라가요. 그래서 좀 불편하지만, 제가 맞다고 생각하는 일을 행동에 옮길 때,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 그리고 존엄성이 올라가는 느낌이 들어 뿌듯해요.
Q. 와. 존엄성이라니. 정말 뿌듯한 마음이 여기까지 전해지네요. 사실 저도 제로웨이스트를 시도해 보는데 쉽지 않아요. 자존감이 훅훅 떨어지는 경험을 종종 하는데요 (웃음) 혹시 생활에서 이를 더 잘 실천할 수 있는 정민님만의 노하우가 있을까요?
A. 저는 제로웨이스트활동을 게임처럼 해요. 오늘 얼마만큼의 쓰레기를 배출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최소한 오늘은 그래도 플라스틱 쓰레기를 안 버렸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점수를 높이거나 미션을 완수하는 것 처럼요. 이것이 자존감에 영향을 많이 준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다른 좋은 영향력을 끌고 오는 것 같아요. 저는 이 활동을 하면서 채식지향으로 바뀌었는데, 제로웨이스트를 하다 보니까 음식물 쓰레기를 고려하게 되고요. 고기를 먹으면 플라스틱 쓰레기를 더 많이 만들어 내니까 고기를 덜 먹게 되요. 채식을 하다 보니, 동물 복지나 유기 동물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것 하나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가지고 오고 훨씬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쓰레기를 줄이는 방식이 엄숙한 방식으로 절대 안돼, 틀렸어. 이렇게 하면 오래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가볍게, 삶의 태도로 생각하니까 더 편안해요. 주체적으로 선택을 할 기회를 자기에게 주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이러한 태도와 방법이 나를 많이 바꾸었어요.
Q. 주변 분들에게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활동에 동참하게 하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웃음) 사실 함께 하자고 권유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제로웨이스트나 텀블러 사용 등 이러한 활동을 할 때 주변에 권유하고 소개하는 본인의 특별한 방법이 있다면요?
A. (웃음) 저의 첫 번째 전술은 최대한 위트있게 하는 거예요. 정도의 차이지 사람들은 대부분 환경보호라든지, 이렇게 하면 좋다 나쁘다는 인식을 하고 행동하지 않는 것에 어느 정도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해요. 엄숙함이나 진지함으로 상대방이 나를 판단한다는 느낌으로 접근하면 역효과가 생길 때가 있더라고요. 대신 재밌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사람들이 훨씬 더 마음을 빨리 여는 것 같아요.
두 번째 방법은, 제로웨이스트를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 당연하고 보통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거예요. 그 사람이 생각하기에 준거집단을 만들어 주는 거죠. “요즘, 이렇게 안하는 사람 없는데”, “요즘 사람들이 다 빨대 쓰는 거 안 좋아해요.” 이렇게 오히려 당당하게 말하면, 뉴 노멀을 정리해서 빨리 태도를 바꾸더라고요. 쉽게 딱 치고 들어가는거요. (웃음)
Q. 재미있네요. 저도 그렇게 해 봐야겠어요. (웃음) 그런데 계속해서 이렇게 실천하다보면 가끔 지칠 때도 있잖아요. 활동을 지속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혹은 방법이 있나요?
A. 맞아요. 중간 중간 힘들 때가 찾아오더라고요. 무엇보다 무관심한 태도, 냉소적인 태도, 변화 속도가 더디다고 느껴질 때, 회사에서는 더 많은 쓰레기를 한 번에 많이 만드는 것을 볼 때 힘이 빠지는 거예요. 그런데 얼마 전에 윤호섭 선생님을 뵙고 여쭤 보았어요. 어떻게 이렇게 실천하면서 사실 수 있느냐고.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옳다고 믿고, 그것을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그럴 때 자존감이 생긴다고 하셨어요. 그때, 제가 포커스를 바깥에 두고 있었구나 하고 깨닫고, 지속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겼어요.
둘째는, 같이 함께 하는 사람들이 생긴 거요. 이런 활동을 하다 보면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실천하는 친구들이 생기잖아요. 제가 힘이 빠졌을 때 어느 날, 그 친구가 메시지를, 피드백을 보내는 거예요. 우리 팀에서도 모두 텀블러를 사용하는 데 몇 달이 걸렸어요. 누가 어떻게 하든 상관없이 제가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 날 저희 팀 한 분이 텀블러를 들고 오는 거예요. 그 분이 텀블러를 사용하면 얼마나 좋은지 다른 사람에 말하는걸 보면서 내가 하는 것이 하루아침에 무엇을 바꿀 수는 없지만, 씨앗을 뿌리는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어떤 씨앗은 자라지 않을 수도 있고, 어떤 것들은 무력무럭 자랄 수도 있고요. 농부라고 생각하고, 어딘가 누구에게 도달하는 것을 보면 지속 안할 수가 없어요. 지속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재밌으니까. (웃음) 제가 이걸 안 했으면 삶이 덜 재밌었을 거 같아요.
Q. 학교나 공공기관이 아닌, 카페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진 보틀팩토리의 활동이 어떤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세요?
A. 학교에서도 보틀팩토리를 소개할 일이 많거든요. 저는 ‘플랫폼’이라고 소개해요. 공공기관도 플랫폼이 될 수 있겠지만 누구인지는 중요치 않아요. 효율적이고 자유로운 플랫폼이 될 수 있는지가 중요하죠. 보틀팩토리는 그 역할을 하고 있어요. 공공이 아니기 때문에 유연함이 있고, 새로운 방식들이 자꾸 생겨날 수 있고요. 커뮤니티랩에서 도돌이클럽으로 가는 것도 유연함이 있지요.
한계가 있다면, 이것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익이 난다거나 하는 인센티브가 있을 때 굴러갈 수 있다는 점이예요. 그래서 비즈니스가 되어야 하는구나, 하고 생각해요. 혼자 서 있을 수 있어야 지속할 수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올 수 있겠다 싶어요. 여기서는 이렇게 환경운동이나 활동하는 기업이나 기관에서 소셜 임팩트 투자자들에게 펀딩 받는 것도 많고, 컨설팅 회사라든지 어쨌든 돈이 나오는 구조를 확실하게 잡고 시작하더라고요.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A. 앞으로 공부 열심히 하려고요. (웃음) 여기 오게 된 것도, 비즈니스 용어를 모른다는 게 큰 장벽으로 느껴졌거든요. 회사에서도 설득을 하고 싶은데, 수치로 설명할 수 없는 게 어려웠고, 펀딩을 받고 싶은데, 그 부분에서 벙어리였던 거예요. 제가 그 언어를 배우고 싶어서 온 것이니 공부 열심히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극받고, 지속할 수 있는 네크워크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
Q. 고맙습니다. 건강히 재밌게 지내시다가 또 만나요.
A. 네! 또 만나요!